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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게릴라’ 꿈꾸는 쿠르드족 청소년들

입력 | 2016-04-04 03:00:00

터키, 3개월간 PKK 소탕 작전…쿠르드족 밀집 지역 폐허로 변해
“우릴 테러범으로 여기다니… ”, 친지들 죽음 보며 대정부 보복 별러




터키에서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간 유혈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쿠르드족 청소년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정부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쿠르드족 밀집 지역 청소년들이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에 빠졌다”며 “이들이 향후 거대한 반(反)정부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말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남동부 디야르바크르, 수루츠, 누사이빈, 시르나크 등에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습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지난해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벌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작전의 일환이었다. 국제분쟁 연구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민간인 250여 명이 숨지고 3만5000여 명이 다쳤다.

정부군은 지난달 10일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폐허로 변한 이곳의 청소년 상당수는 게릴라 전사를 롤 모델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아흐메트 씨(21)는 “아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테러범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지인들을 보며 느낀 이들의 공포가 성장 과정에서 분노로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아누르 씨는 “아이들은 이제 의사나 엔지니어 대신 게릴라 전사를 꿈꾼다”며 “이곳이 급진주의 세력의 소굴로 전락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부모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사키네 씨(35)는 “지난해 말 이후 청소년 수백 명이 PKK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아이들이 폭력의 길로 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공습 기간에 등교하는 학생 수가 3분의 2로 줄었다”며 “교육의 불평등으로 가뜩이나 높은 이 지역의 실업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