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롯데와 한화가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현황에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재계서열 5위인 롯데는 4위 LG와의 간격을 좁혔고 한화는 순위를 4계단 끌어올렸다.
대기업 집단의 부채비율(98.2%)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당기순이익도 늘었지만 매출이 줄어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대기업 간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 재계 순위 경쟁 치열
광고 로드중
롯데는 활발한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가며 LG의 4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롯데는 삼성, 현대차, SK, LG에 이어 5위(공기업 포함하면 7위)지만 자산총액이 103조2840억 원으로 4위인 LG(105조8490억 원)와의 차이가 2조5650억 원에 불과하다. 롯데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9조9000억 원이 증가했고, 계열사 수는 80개에서 93개로 13개 늘었다. 반면 LG의 자산 규모는 이 기간 동안 4000억 원 늘고, 계열사 수는 63개에서 67개로 4개만 증가했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4개 계열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자산이 16조7000억 원 늘어나 대기업 집단 가운데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위에서 8위로 점프했다. 한화의 자산총액은 54조 7000억 원, 계열사 수는 57개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전년에 비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당기순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55조 원으로 전년(42조 원)보다 13조 원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매출액은 3년 연속 감소하며 ‘불황형 흑자’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올해 지정된 대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3조4000억 원으로 전년(1505조1000억 원)보다 6.8%(101조7000억 원) 감소했다. 대기업 매출액은 2013년부터 줄어들고 있는데 2013년 ―0.2%, 2014년 ―2.0%로 점차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광고 로드중
대기업 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상위 4개 기업집단의 자산규모 총액은 824조6000억 원으로 30대 대기업 집단 총액의 53.3%를 차지했다. 또 이들 4개 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4조8000억 원으로 30대 대기업 총액(47조3000억 원)의 95%에 달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롯데의 기업집단 현황에서 동일인(총수)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 8년 째 ‘자산 5조 원 이상’ 낡은 족쇄 논란
현재 대기업 지정 기준인 ‘자산 5조 원 이상’은 2009년부터 8년 째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은 2009년 48개에서 현재 65개로 늘어났다.
광고 로드중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