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인하 등 조건부로 가결… 현대증권 매각 발표는 하루 연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됐다.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부채에 대해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3개월간 미뤄짐에 따라 현대상선은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해외 선주들과 사채권자와의 협상이 하나라도 틀어지면 곧바로 종료되는 ‘조건부’ 자율협약이어서 현대상선의 운명은 이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KDB산업은행 및 우리은행을 비롯한 9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채권단은 29일 오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채권단은 이날 채권금융회사 전체의 동의를 얻어 현대상선의 채무 상환을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채권단에 진 부채는 대출액 1조 원에 회사채 2000억 원을 더해 1조2000억 원이다. 또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출자전환을 포함한 현대상선의 채무 재조정 방안도 세우기로 했다.
다만 해외선주들과 협상 중인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가 이뤄져야 하고, 농협과 신협 등 회사채를 산 사채권자들도 채권 만기 연장 등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들이 현대상선 지원에 동참하지 않은 채 채권단만 자율협약을 진행하면 현대상선이 살아나지는 않으면서 선주와 사채권자들만 제 몫을 챙겨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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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관계자는 “입찰 가격은 확인했지만 자금 조달 방안 등 비가격 요인을 평가하고 내부 승인을 얻는 과정이 필요해 발표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응찰한 가격 차이가 근소해서 떨어진 쪽의 반발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30일 오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성규 sunggyu@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