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노조원 100인 이상 사업장 2769곳 단협 전수 조사 고용부 “시정명령 불응땐 사법조치”
노조가 있는 기업 4곳 중 1곳은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 등 ‘현대판 음서제’라 불리는 고용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대기업 중 무려 11곳이 고용 세습 조항을 두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원 수가 100명 이상인 사업장 2769곳의 단체협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업무상 질병·사망자 자녀(또는 피부양 가족)를 우선·특별 채용토록 한 사업장이 505곳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정년퇴직자 자녀를 우선·특별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도 442곳이나 됐고, 업무 외 질병·사망자 자녀(117곳)나 장기근속자 자녀(19곳),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5곳) 등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을 둔 노사도 상당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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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조사에서는 업무상 재해 근로자의 자녀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돼 고용 세습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이 역시 위법하다는 판례가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업무상 재해 근로자 자녀 우선·특별 채용 역시 관련 판례에 따라 시정 명령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750곳 가운데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곳은 355곳(47.3%)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1000인 이상 대기업(31.5%)이 300인 미만(20.4%)보다 고용 세습 조항을 둔 비율이 높았다. 민노총 소속, 대기업일수록 고용 세습 조항이 많은 것. 노조 전임자에게 주는 특혜가 과도한 단체협약도 적지 않았다. 한 회사는 노조 전임자에게 월 30만 원의 수당과 차량유지비를 지급했고, 노조 전용 차량을 4년마다 한 번씩 새 차로 제공하고 유류비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었다. 하나의 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인정하는 회사도 801곳(28.9%)이나 됐고, 368곳(13.3%)은 정리해고, 합병 등에 노조 동의나 합의를 거치도록 해 인사경영권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런 조항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이에 응하지 않는 노사는 수사를 거쳐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이날 최근 운전기사 폭언(대림산업)과 불합리한 명예퇴직 종용(두산모트롤) 등 근로자를 비인격적으로 대우한 사실이 드러난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