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산정특례’ 희비
#2. 박보람 씨(34·여)의 경우는 사뭇 달랐다. 박 씨는 시신경과 척수에 까닭 모를 염증이 번져 사지가 마비되는 희귀질환인 ‘시신경척수염’ 탓에 열일곱 살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스물네 살 때부터 걷지 못했다. ‘돈 안 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가 드물고 약값이 비싸다 보니 초기엔 증상 악화를 늦추는 주사를 맞는 데 월 1000만 원 넘게 들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정부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는 “약값 부담 탓에 심장에 큰 부담을 주지만 조금 싼 주사를 맞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낙담했다.
이들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다. 복지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환자 수가 2만 명 이내인 희귀질환 중 치료가 어려우면서 진단 기준이 명확한 ‘터너증후군’ 등 151종에 특례를 적용해 왔고, 지난달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진단 기준이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던 ‘극희귀질환’ 44종을 추가하면서 그 기준을 ‘환자 수 200명 이내’로 정했다. 이 때문에 환자 수가 100여 명인 알라질증후군은 지원 대상에 들었지만 500여 명인 시신경척수염은 빠졌다. 박 씨가 시신경척수염으로 인해 겪어 온 신체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은 알라질증후군 환자들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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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례 대상에 한번 포함시키면 나중에 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0∼2014년 특례 대상 희귀질환자는 47만 명에서 69만 명으로, 이들에게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1조8591억 원에서 2조7814억 원으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6월에 시신경척수염 등 일부 희귀질환을 특례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