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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류 문명사를 품은 97가지 바다 이야기

입력 | 2016-03-26 03:00:00

◇해서열전/남종영, 손택수 등 41명 지음/504쪽·1만8000원·글항아리




바다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 ‘명량’(왼쪽)과 ‘해적’. 동아일보DB

“대륙은 바다 수면 위로 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 바다가 지구 표면적의 7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니 지구는 땅으로 덮인 구형이 아니라 마땅히 바다로 둘러싸인 ‘해구(海球)’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만큼 인류의 삶에 바다가 준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도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 탐사보다 심해 탐사가 더 늦었고 해저 지형에 대한 정보가 달 앞면의 지형보다 더 늦게 알려졌다”는 사실은 우리가 해양의 세계에 얼마나 무심했고, 무지했는지 깨닫게 한다. “우주의 비밀을 다 알기도 전에,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멸종할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 말이다.

이 책은 ‘해양도서 서평 에세이’를 표방했다. 바다와 관련한 대표적 픽션과 논픽션 97권을 선정해 문인과 번역자, 학자, 평론가, 언론인 등이 개인적인 체험을 녹여 비평했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은 근대 세계사를 바다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 ‘문명과 바다’를 소개하며 근대 이전의 바다가 서양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명나라의 정화는 바다를 통해 동아프리카 해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도전은 해상 팽창을 주도했던 환관 세력이 유교를 앞세운 관료들과의 세력다툼에서 패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은 넓고 물자도 많으니 유교 사상으로 잘 다스리면 바깥에서 구해올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결과는? 중국의 몰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보지 않고 우리 안에서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패망의 지름길로 이어진다.”

과거 명이나 청 같은 대륙 국가를 문명의 중심으로 본 탓인지 다수의 한국인 역시 대륙 중심적인 사고를 해왔다. 하지만 200여 년 전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쓰며 바다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을 읽은 시인 손택수는 우리가 여전히 육지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무력한 바다를 기억해 보라. (중략) 슬프다. 유배 기간의 고독을 빛나는 별자리로 바꾼 200년 전 ‘실학의 바다’는 묻는다. ‘바다의 실학’이 이 땅에 과연 있는가 하고.”

소설 ‘파리대왕’이나 ‘달과 6펜스’처럼 제목에서 바다와의 연관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책도 있고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해외의 바다 책도 소개했다.

꽤 욕심을 부린 책이다. 노고는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책의 요약과 함께 바다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해설이 쏟아지다 보니 참고서를 읽는 느낌도 든다. 한 번에 읽기보단 틈틈이 나눠 읽으면 좋을 듯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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