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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단독]돈 뜯어낸 다음날 전화… 딱 걸린 보이스피싱

입력 | 2016-03-22 03:00:00

20대피해女 경찰상담중 또 벨 울려… 은행으로 유인해 일당 4명 붙잡아




“서울중앙지검 검사입니다. 당신 통장 명의가 도용됐습니다.”

7일 불쑥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날릴 수 있다고 겁을 줬다. 당황한 A 씨(26·여)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자 “돈을 보내주면 보관하다 돌려주겠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그의 말을 믿었다. 스마트폰으로 5300만 원을 ‘검사’에게 송금했다. 하마터면 날릴 뻔한 돈을 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였다.

다음 날 오전 또 전화가 걸려 왔다. 계좌에 남은 돈을 모두 보내야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남은 7000만 원을 보내려 직접 은행을 찾은 뒤 A 씨는 깜짝 놀랐다. 자동입출금기(ATM) 앞에 쓰인 ‘보이스피싱 조심’이란 문구를 보고 보기 좋게 당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A 씨는 곧바로 은행 옆 서울 강서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과 향후 어떻게 범인을 잡을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던 때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A 씨는 경찰서 옆 농협은행으로 오라고 했다. ‘검사’가 보냈다는 가짜 금융감독원 직원 B 씨(23)는 그렇게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B 씨 휴대전화에 있던 연락처로 나머지 조직원 3명도 추가 검거했다. 경찰은 A 씨를 포함해 20대 여성을 상대로 10번에 걸쳐 총 2억2580만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운영책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지혜 채널A 기자 sophi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