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造船) 시장 3강이었던 우리 조선 3사가 일본 기업에 3위를 내줬다. 20일 분석기관(영국 클라크슨)에 따르면 2월 말 수주잔량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이 각각 1, 2위였지만 3위였던 삼성중공업그룹이 일본 이마바리조선그룹에 밀렸다. 일본은 이미 2015년 1월 월 단위 수주량에서 세계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6년 8개월 만의 일이다. 한국 조선사들이 침몰하는 사이 일본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10%에도 못 미치던 일본 조선의 부활은 엔 약세에 힘입은 바 크지만 착실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2014년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세계 4위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C)를 탄생시켰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LNG 선박 부문만 떼내 LNG 전문 조선소를 세웠다. 일본 내 최대인 이마바리조선이 18년 만에 독 확장 공사를 재개한 까닭이 있다. 일반 상선이면 무엇이든 대응할 수 있는 ‘선박 백화점’ 구축을 목표로 선박용 프로펠러 1위 같은 중소업체와도 손을 잡는 기술개발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바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일본 정부도 통폐합 회사에 선박 가격의 80%까지 단 1% 이자율로 지원하는 파격 지원으로 응답했다.
일본을 앞질렀다고 환호하던 우리 조선업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초유인 영업 손실 5조 원을 넘겼다. 당기 순손실(5조1424억 원)도 외환 위기 때 기아자동차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국민혈세가 4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사상 초유의 엄청난 부실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총선 바람까지 불어 구조조정마저 무한정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