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입주거부에 ‘반쪽 시장’… 2800억 가락시장도 ‘몸살’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시장을 준공하고 16일 영업을 시작했지만 옛 시장에 있던 상인 상당수가 이전하지 않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거래량이 적은 이유는 옛 시장 상인들이 현대화시장에서 낙찰받은 해산물 구매를 ‘보이콧’해서다. 이 소식을 들은 판매자들은 평소보다 적은 물량을 가져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매장 곳곳에서는 “사람 죽겠다” “이래선 못 살겠다”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노량진수산시장은 45년 된 서울의 대표 수산시장. 산지에서 올라온 신선한 생선을 중매인을 통해 상인들이 받아 소비자에게 싼값에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상인들과 운영업체 간 갈등으로 옛 명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서효성 노량진수산시장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현대화시장의 판매장 면적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임차료는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목이 좋은 A등급 자리 5m²(약 1.5평)의 한 달 관리비는 71만 원으로 옛 시장의 26만7200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비싸다.
노량진수산시장 고유의 매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상인은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도 재래시장의 ‘맛’이 있어서인데 현대화시장은 특색 없는 대형마트에 가깝다”며 아쉬워했다. 상인들은 기존 시장 리모델링이나 현대화시장의 증축을 요구하며 계속 옛 시장에서 영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협 측은 “옛 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이들의 반발일 뿐이다. 상인들의 40%는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맞서고 있다. 홍창기 수협노량진수산 기획홍보팀장은 “기존 공간이 넓어 보이는 이유도 과거에는 통로까지 침범해 장사하는 것을 묵인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수협 측은 옛 시장에서의 영업 행위를 불법으로 보고 과태료를 물리는 한편 얼음 등 필요 물품 공급도 막을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새로 문을 연 ‘가락몰’ 지하 1층 내부 모습. 청과직판상인들 공간이지만 상인들은 비좁고 물품을 운반하기 어렵다며 입주를 미루고 있다. 김남준 채널A 기자 kimgija@donga.com
박창규 kyu@donga.com·허동준 기자·김남준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