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女 “대통령과 친구” 접근… 위장결혼하며 1년만에 모두 처분 일당, 34억 아파트 구입 등 호화생활… 걸인신세 자산가, 2월 숨져
사진=1월 13일자 A12면
주범 이 씨는 2013년 7월 치매를 앓고 있는 재력가 A 씨(83)에게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속여 접근했다.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가 말벗을 해주며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줄 수 있다. 재산을 지켜주겠다”며 환심을 샀다. 판단력이 흐려진 A 씨는 이 씨의 꾐에 넘어가 3개월 뒤 ‘모든 재산을 이 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를 써줬다. 이 씨는 곧바로 A 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소송비용이 필요하다”며 펀드 2개를 매각해 2억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넘겨받았다.
2014년 1월 A 씨와 혼인신고를 한 이 씨는 그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A 씨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같은 해 11월 이혼할 때까지 6개월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집과 서린동 토지, 충북 진천군과 경기 광주시의 땅 등 90억 원대 부동산을 시가보다 저렴하게 매각해 59억 원을 챙겼다.
사기단 검거로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혼인무효 소송에서 A 씨의 자녀가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씨가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 없이 A 씨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점과 당시 치매를 앓고 있던 점 등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경현 bibulus@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