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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이 숨진 다음날 “애 잘 있지?” “밥 잘먹어” 부부 속임수 문자

입력 | 2016-03-14 03:00:00

[평택 학대아동 끝내 주검으로]친부-계모 치밀한 알리바이 조작




계모 학대로 숨진 신원영 군이 2014년 11월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평택경찰서 제공

‘원영이 잘 있지?’

지난달 3일 신원영 군(7)의 친아버지 신모 씨(38)는 재혼한 부인 김모 씨(38)의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씨는 ‘네. 나는 비빔밥 먹고 원영이는 칼국수 먹었어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 군은 이미 하루 전 추운 욕실 안에서 숨졌다. 두 사람이 문자를 주고받을 당시에는 집 베란다에 싸늘한 주검이 돼 누워 있었다. 이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경찰 수사에 대비해 미리 치밀하게 말을 맞춘 것이다.

신원영 군의 친부 신모 씨와 계모 김모 씨가 지난달 12일 경기 평택시 집 앞에서 아들의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있는 폐쇄회로(CC)TV 장면.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계모 김 씨와 친부 신 씨가 신 군 사망 후 보여준 뻔뻔한 거짓말과 치밀한 은폐행위는 이들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뿐 아니라 차량 블랙박스까지 동원해 알리바이 조작에 나섰다. 13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신 군은 강원도에 사는 어머니의 지인에게 보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는 불안하고 다급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거짓말이었다.

김 씨와 신 씨는 체포되기 전인 3일 신 씨 승용차 안에서 “원영이 잘 있겠지? 오줌 안 싸는지 모르겠다. 이사 가면 데리고 잘 살자”는 말을 나눴다. 이때 신 씨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내비에 남이섬이라고 찍어 봐”라고 말했다. 모두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신 씨는 이달 4일 학교 측이 경찰에 신고하자 다니던 회사에 “아들을 찾으러 간다”며 휴가를 냈다. 이날 김 씨는 ‘사실 강원도에 보낸 것이 아니라 외출하고 돌아오니 없어졌다. 원영이가 돌아올까 봐 현관문도 잠그지 못했다’는 문자를 신 씨에게 보냈다. 신 씨는 또 ‘원영이 찾을 때까지 집에 못 간다’고 답했다. 이 역시 미리 말을 맞춘 뒤 주고받은 문자였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초등학생용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구입하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다. 이들은 경기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 신 군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14일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 미리 구입한 초콜릿을 놓았다. 신 씨는 “밸런타인데이라서 원영이에게 초콜릿도 사주고 옆에 모신 아버지에게 사죄하기 위해 찾아갔다”고 말했다.

체포된 뒤에도 “아내 말만 믿었다”고 거짓말을 이어가던 신 씨는 시신이 발견되자 뒤늦게 “아동학대로 처벌받을까 봐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신 씨는 “아들에게 죽을죄를 지었다. 어머니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저 여자(김 씨)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후회된다”며 뒤늦게 눈물을 흘렸다. 반면 김 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진심 어린 후회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관 앞에서 “모든 잘못은 내가 했으니 처벌은 나 혼자면 충분하다. 남편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풀어 달라”며 고개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여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 씨 부부는 밖에서 늘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다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집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짐승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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