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였던 자율주행차, 임시면허 달고 첫 일반도로 주행
“손 뗐습니다” 7일 국내 제1호 자율주행 임시면허를 얻은 ‘제네시스’ 승용차가 정부세종청사 앞 도로에서 시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뗐지만 차는 시속 30km를 유지하며 주행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내리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하지만 차는 시속 30km를 유지하며 달렸다. 운전자가 뒷좌석 쪽으로 몸을 돌려 차량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동안에도 차는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진행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수 있던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차량이 오가는 국내 도로에서 임시면허를 달고 첫 주행을 시작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영동대로에서 진행된 자율주행 차량 시연행사는 교통이 통제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7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승용차에 제1호 자율주행 임시허가증을 발급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근거조항을 마련한 뒤 이날 처음으로 허가증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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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1105’ 번호판을 단 제네시스 자율주행차는 강호인 국토부 장관과 기자단 등을 태우고 국토부 청사 주변 왕복 6차로 150m 구간을 자율주행 모드로 달렸다. 커브길, 경사로 같은 ‘고난도’ 구간은 없었지만 앞차와의 간격이 50m 이하로 줄어들면 자동으로 감속하는 실력을 보였다. 주변 자동차나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저 스캐너, 카메라 등의 센서 7개와 방향 가속 엔진 등을 관장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각 CPU 정보를 종합해 운행 속도와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메인 CPU가 운전자를 대신한 것이다. 차선과 교통신호를 인식해 교차로에서 회전하거나 차로 변경, 추월도 할 수 있다. 이 차는 임시면허가 만료되는 2021년까지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신갈 분기점과 영동고속도로 신갈 분기점∼호법 분기점 총 41km 구간과 일반국도 5개 구간(총 320km)을 주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약 10조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0∼4레벨로 나눈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분류상 구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고 레벨인 ‘완전 자율주행’(4단계) 기술을 갖고 있다.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국내 기술력은 3레벨인 ‘조건부 자동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과 유럽의 추격도 시작됐다. 도요타는 인공지능(AI) 로봇 주행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볼보도 내년까지 자율주행차 100대를 일반 도로에 달리게 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5년간 다른 차와 함께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돼 기술 상용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산 자율주행차가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에 이르려면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차선까지 표시된 정밀지도가 필수적인데, 현재 임시운행 구간 6곳 중 2곳은 이런 수준의 지도가 없다. 무인자동차 전용 보험도 필요하다. 이날 운행된 제네시스 차량은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일반 자동차보험에만 가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든 임시운행 구간에 대한 정밀지도를 이달에 완성하고, 보험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위한 보험제도 개선안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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