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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할 곳 못찾아”… 단기 부동자금 930조 사상최대

입력 | 2016-03-05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에도 ‘디플레 전주곡’




올해 초 주택시장에선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가 늘어나는 계절이지만 주택시장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시장이 새해 들어 더욱 침체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은행과 증권가에서도 ‘큰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차이나 쇼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실물 경기 둔화가 투자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자산시장에도 ‘디플레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구입이나 금융시장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997건으로 지난해 11월(9875건) 이후 3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거래량은 76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450건)의 절반에 불과했다.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위축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값은 2014년 6월 셋째 주 이후 86주 연속으로 오름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둘째 주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까지 13억 원에 거래되던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AID차관) 전용면적 72m² 아파트는 3개월 새 시세가 1억 원 이상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12주 연속으로 내리막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이 많은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다. 자산 가치 하락으로 씀씀이가 위축되는 ‘역(逆)자산효과’도 우려된다.

낮은 금리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지만 자산시장이나 실물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도 자산 디플레 우려를 키운다. 경기 둔화로 갈 곳을 잃은 돈은 대기성 자금 형태로 시중을 떠돌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머니마켓펀드(MMF)를 포함한 전체 단기 부동자금은 930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5월 2,228.96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코스피는 현재 1,960 선을 맴돌고 있다.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려는 투자자도 많지 않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실물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금리마저 낮으니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단기 자금을 시중으로 끌어내고 투자심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7년 만에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를 부활시키고 14일부터 개인종합관리자산계좌(ISA)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글로벌투자분석부 수석연구원은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구조개혁과 기업·가계 세금을 인하하는 방안 등을 내놔야 막힌 돈줄에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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