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문고리’의 선배, 김종 차관
모인 기관장들은 대여섯에서 열 살 넘게 연상이다. “거기 보고서는 안 믿는다”는 막말까지 했다. 김 차관이 내놓은 대책은 맹탕이고 재탕이 많았다. 그가 “내 말대로만 하면 된다…” 운운하는 바람에 김 수석이 “회의할 필요도 없겠다”며 혀를 찼다.
1961년생인 김 차관은 한양대 졸업 뒤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와 뉴멕시코대에서 스포츠경영 석·박사를 했다. 이력으로 보면 스포츠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 20년 가깝게 대통령을 보좌한 ‘문고리 권력’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릴 뿐이다. 그런데도 김 차관은 2014년 12월 6일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국회에서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 개입과 정 씨 딸의 승마 특혜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 비서관은) 잘 모르고 딱 한 번 인사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필자는 그 말을 새빨간 거짓으로 여긴다. 체육계에서도 ‘이재만-김종의 위험한 커넥션’을 우려하는 말이 쏟아진다.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박 대통령에게만 그 ‘조용한 함성’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관광 체육계는 위세에 눌려 침묵하고 있다. 그가 찬 완장이 번쩍거리는 탓이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과정에도 잡음이 무성했다. 통합에 반대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를 겨냥해 수사에 나선 검찰은 주변까지 먼지 털듯 뒤진다. 체육계는 ‘보이지 않는 손’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을 움직인 것으로 의심한다.
좌(左)기환 우(右)병우를 비롯해 이 정권엔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돌격대가 많다. 박 대통령은 국정을 망치는 돌격 참모를 방치할 건가. 이런 인사가 계속되면 박 대통령의 인사에 망사(亡事)라는 말이 따라다닐 것이다. 어떻게 문체부의 장차관을 대선캠프 출신이 말아먹게 하는가.
무능한 돌격대 그냥 둘 건가
얼마 전 만난 원로 소설가 유현종의 회고담. “내 나이 서른셋, 엄혹한 유신시절 동아일보가 백지광고를 내던 중에도 연재를 했다. 동아의 연재가 끝난 뒤 장편소설 연개소문이 책으로 나온 직후였다. (애독자였던 박정희가) 나를 불렀다. ‘집무실과 침실에 1질(5권)씩 두고 탐독했다. 독재자가 좋은 성과를 내면 역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잠시 머뭇거리다) 좋게 평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지요’라며 미소 짓던 박정희가 생각난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