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5번째 비례대표 의원 될 듯
그의 눈은 이미 대선에 가 있다. 총선을 잘 치러 당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킹 메이커’로 정권을 교체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 정권을 잡는다면 실세 총리로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려는 꿈을 꿀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금배지는 중요하다. 대선 주자로 뛸 수 없는 ‘불임 좌장’이 배지도 없이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얼마나 힘든 줄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모를 리 없다. 일단 지역에서 배지를 단 의원들은 선민(選民) 의식에 빠진다. 비례대표는 한 수 아래로 본다. 배지마저 없다면 투명인간 취급 당하기 일쑤다.
광고 로드중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정권에서 4번 비례대표를 지내고 박근혜 대선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거쳐 더민주당 대표까지 된 그 이력에서 두 가지는 분명히 확인된다. 첫째는 능력. 지난 대선 때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 기치를 들도록 한 것은 혜안이었다. ‘금수저’와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양극화 심화를 내다보고 박 후보의 보수 기득권 이미지를 중화시켰다. 이번 총선의 화두를 경제로 삼고, 중도층을 불안케 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시킨 뒤 야권통합이란 국면전환 카드를 던져 국민의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린 것도 고수의 솜씨다.
둘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갈 곳을 안 가린다는 점이다. 이미 좌우의 강을 3번이나 넘나든 그에게 이념은 의미 없다. 좌우명도 특이하게 ‘자연의 주어진 여건대로 산다’이다. 이런 좌우명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와도 관계있을 것 같지만, 그의 말은 명료하다. “내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데는 확신이 있으면 참여한다. 확신이 없으면 안 하고.” 그가 지조의 상징인 가인의 손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가인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무료 변론을 도맡았으며 민족의 미래를 개탄하며 소석(小石)이던 아호를 ‘거리의 사람’이란 뜻의 가인으로 바꿨다.
총선 후 토사구팽?
‘자연의 주어진 여건대로 사는’ 김종인이 제1야당을 좌지우지하면서 20대 총선의 스타로 떠오른 것은 눈여겨볼 정치현상이다. 국민들은 그가 비례대표 배지를 달든, 말든 더민주당의 고질병인 이념과잉 운동권 체질을 혁파해주길 고대한다. 실용주의자 김종인이 총선 후에도 살아남아 정치 발전에 기여할지, 다시 돌아올 문재인 전 대표의 친노 세력에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지 하늘의 조부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