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과학’ 입는 스포츠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이 연승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비결로 자체 개발한 전력분석 프로그램(SW21)이 꼽힌다. 선수별로 정리된 경기 영상을 통해 스스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맨위 사진). kt 위즈 야구단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빅데이터화한 분석 시스템(PIP)을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해 선수별 강점과 약점을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최적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개별 전력분석 시스템, 선수-감독 소통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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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21에 선수 이름으로 로그인하면 지난 경기에서의 움직임과 상대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기 때마다 코트 앞뒤 좌우와 위에서 찍은 영상을 선수별로 제공한다. 공격이나 서브 할 때 공이 날아간 지점도 그래프로 보여줘 성공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과거에는 경기 전 미팅 시간에 감독이나 전력분석관이 TV를 틀어놓고 전략을 지시했다면, 이제는 감독과 선수가 경기 전략을 서로 의논한다.
최 감독은 “SW21이 전력 분석은 물론이고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 팀장은 “SW21의 데이터 분석 과정에는 각 선수의 움직임이 패턴화가 되는 ‘머신 러닝’ 기법이 적용됐다”며 “데이터가 더 쌓이면 우리 선수와 상대 선수를 입력해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로 선수도 몰랐던 강·약점 분석
지난해 1군에 진입한 kt 위즈 프로야구단은 자체 개발한 ‘선수 분석 시스템(PIP·Player Innovation Platform)’을 활용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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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타율 3할인 A 선수가 2할 5푼인 선수보다 낮은 지수가 있다면 이는 A 선수의 약점이 된다. 타율이 낮지만 거포형인 B 타자에게 3할 타자보다 높은 지수가 있다면 강점이 되는 식이다. PIP를 통해 선수들은 자신도 몰랐던 특성을 확인하고, 매달 이 지수의 변화를 통해 맞춤형 코칭을 제공받는다.
kt는 자신이 홈런을 친 타석이나 초구 상황만을 모아 볼 수 있는 선수용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해 특정 투수의 투구 장면 등을 보고 스스로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했다.
강신혁 kt 스포츠 뉴비즈팀장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데이터 분석이 강한 팀일수록 선수 연봉 총액이 낮더라도 더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kt는 지난 1년 동안 정보 수집에 집중했으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PIP를 본격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식축구, 농구에선 웨어러블 장비로 실시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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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 2군 리그에서도 선수의 체력과 피로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장치를 활용한다. 무게가 28g밖에 되지 않지만 유니폼 안쪽에 붙이면 속도와 거리뿐 아니라 점프 후 착지 시 충격까지 측정할 수 있다. 유 팀장은 “배구나 야구와 달리 경기장을 넓게 쓰고 선수의 움직임 폭이 큰 미식축구나 농구에서는 웨어러블 장비의 활용도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