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대항마, 복병 등 선거철에 등장하는 많은 ‘선거용어’들은 경마용어에서 나왔다. ‘저작권’이 경마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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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와 경마
경마 용어·경마식 보도 행태도 닮아
배당률 게시대는 투표계수기가 원조
4.13 국회의원 선거가 딱 40일 남았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의 발걸음은 한결 빨라졌다. 그런데 선거에서 많이 등장하는 용어들 중에는 경마팬들에게 익숙한 용어들이 많다. ‘출마’, ‘낙마’, ‘대항마’, ‘다크호스’ 등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용어가 그것이다. 이 단어들이 사실은 경마경기에서 주로 사용된다. ‘저작권’이 경마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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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 ‘출마’를 찾아보면 ‘말을 타고 나감’, ‘선거에 입후보함’이라고 돼 있다. ‘무소속 출마’, ‘단독 출마’ 등 선거에서는 후보군으로 분류되던 사람이 공식으로 선거에 뛰어들게 될 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표를 던졌다’라고 표현한다. 혹은 이미 선거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중도 포기할 경우 출마포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경마에서의 쓰임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경마경기에서 경주마들이 해당 경주에 출전신청을 하는 행위를 출마등록(出馬登錄)이라고 한다. 연령, 성별, 국적 등 일정한 조건에 부합되는 말들에 한해 출전할 수 있는 경마경기에서 ‘출마’는 말 그대로 경마경기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겠다. 해당경주에 출전하는 경주마와 기수가 확정되면 이를 정리해 일반고객들에게 알리는데, 이를 ‘출마표’라고 한다. 지금은 경마용어순화를 통해 ‘오늘의 경주’라는 이름으로 각 경마공원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 낙마(落馬)
낙마는 말 그대로 말에서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경마경기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경주마에 기수가 올라타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므로, 간혹 말끼리의 충돌이나 경주마의 부상으로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선거에서는 선거기간 중 타의에 의해 선거전에서 빠지게 될 때 주로 ‘낙마했다’라고 표현하는데, 경마에서도 그렇지만 선거에서도 ‘낙마’는 그리 반갑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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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마의 원 뜻은 경마경기에서 우승후보보다는 못하지만 크게 뒤지지도 않아 우승을 다퉈볼 수 있는 경주마를 일컫는 말이다. 승식에 따라 1등은 물론 2등과 3등까지도 맞춰야 하는 경마경기에서는 주로 사용되는 단어다.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입후보자의 상대후보를 지칭하는 말로, ‘대항마로 급부상’, ‘대항마 찾기에 열중’ 등이라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 복병마(伏兵馬), 다크호스
복병마라는 용어는 경마경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로, 우승후보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아직 그 능력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거나 감추고 있어 경기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주마를 지칭한다. 경마경기에서는 고객 서로 간에 돈을 걸어 배당이 결정되는 패리뮤추얼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눈에 띄는 우승후보마보다는 고배당 연출이 가능한 복병마 찾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거에서는 같은 의미의 ‘다크호스’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데, 경마와 마찬가지로 지지율이나 인지도는 낮지만 본격 선거전에서 이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후보를 일컫는다.
● 경마식 보도(horse race journalism)
간혹 선거철만 되면 일부 언론에서 ‘경마보도’라는 용어가 눈에 자주 띈다. 주로 언론의 내부 비판적 시각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후보자의 공약이나 자질보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을 보도하는 보도행태를 ‘경마식 보도(horse race journalism)’라고 표현한다. 즉, 경마경기에서 “1번마 앞서고 있고 그 뒤로 3번마, 10번마가 뒤따르고 있다”는 식의 단순 중계보도만 있고 정작 중요한 내용은 뺀 보도행태를 지적하는 용어인 셈이다.
● 그 외 선거와 경마의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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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