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살생부說’ 파문] 의총-최고위서 하루종일 파열음
껄끄러운 김무성-서청원 새누리당이 공천 살생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앉아 있는 김무성 대표 뒤로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나가고 있다. 배경막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보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오전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시작 직전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오늘은 면전에다 대고 인신공격을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유언비어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회의는 10여 분 미뤄졌고, 김 대표는 일주일 만에 공개회의 석상에서 발언에 나섰다.
껄끄러운 김무성-서청원 새누리당이 공천 살생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 앉아 있는 김무성 대표 뒤로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나가고 있다. 배경막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보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의총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얼굴을 붉히며 충돌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해명이 이어지자 친박계인 김태흠 이장우 의원은 “책임자를 찾아내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단상에 섰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 내가 힘을 썼고, 19대 때는 (힘을) 못 썼다. (비박과 친박이) 칼질을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새로운 정치를 하자. 소모적 얘기는 그만하자”며 중재에 나섰다.
의총 직후 최고위원들은 다시 정 의원을 불러 40분 가까이 살생부 논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대표는 배제됐다. 당 대표를 빼고 최고위원들이 다시 한번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당 대표의 사과 요구와 함께 향후 유사 사태 발생 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김 대표에게 전달했고 김 대표도 수용했다. 당 대표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김 대표의 사과 수용을 두고 당내에선 “김 대표가 스스로 꼬리를 내렸으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불필요한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김 대표가 최고위의 합의를 존중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실체 없는 내용을 의원들에게 전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자신의 대응방안까지 밝히며 정 의원에게 전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새누리당 대표실 ‘백보드(backboard·배경막)’에 새로 적힌 문구는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였다. 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새누리당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