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인간-인공지능 ‘세기의 대결’… ‘알파고’가 이세돌 9단 이기려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기사 간의 바둑 대국을 특집으로 다룬 학술지 ‘네이처’ 표지(맨위). 이세돌 9단은 다음 달 9일부터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알파고와 다섯 번의 대국을 펼친다. 네이처 제공·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음 달 9일,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게임으로 불리는 바둑을 놓고 인류 대표와 인공지능의 선두주자가 맞붙는 ‘세기의 대결’이 시작된다. 이 9단은 “아직은 인간이 우세하다고 본다”며 “다섯 번의 대국에서 최대 5전 전승”을 자신했다. 이 9단이 장담한 대로 알파고는 패배하고 마는 것일까. 월간 ‘과학동아’가 29일 팟캐스트 ‘과학동아 Live’를 통해 단독 공개할 인공지능 전문가 3명의 대국 전망을 미리 공개한다.
○ 딥러닝의 방대한 학습량, 알파고에게 독(毒)
알파고의 최대 강점은 수읽기다. 바둑돌이 놓인 전체 모양을 파악한 뒤 자신에게 유리한 지점과 상대방에게 불리한 지점을 찾는다. 여기에는 딥러닝이 사용된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의 뇌세포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방한다. 딥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 러닝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방대한 데이터 학습량이 알파고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알파고는 데이터를 늘리기 위해 온라인 바둑 사이트인 ‘KGS’에 올라온 5∼9단 기사들의 기보를 대량 학습했다. 문제는 이들의 실력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알파고가 습득한 16만 개의 기보 중 프로기사 수준의 기보는 1만5000여 개에 불과하다. 또 저작권 문제 등으로 오래전 기보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알파고가 구사하는 기풍도 낡았다.
프로 바둑기사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김찬우 6단은 “딥러닝을 위해 학습량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알파고의 실력이 하향평준화됐다”며 “초반 포석에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수를 놓는 등 수십 년 전 기보도 익힌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에서 ‘알파고’와 대국 중인 중국의 판후이 2단(왼쪽). 5일간 5판을 뒀으며, 알파고가 전승을 거뒀다. 구글 딥마인드 제공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필승 전략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학습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이미 수준급인 만큼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의 기보를 스스로 제외할 수 있다. 알파고는 이미 ‘알파고 대 알파고’로 자신과의 대국을 100만 번이나 치렀다. 김기응 교수는 “딥러닝을 통한 예측만으로는 이기기 힘든 만큼 스스로와의 대국을 통해 전략을 끊임없이 수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파고는 중국의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중앙처리장치(CPU) 48개, 그래픽카드 8개 등으로 무장했다. 인공지능의 연산에 핵심이 되는 CPU를 더 많이 쓸수록 연산 속도가 빨라지고 복잡한 알고리즘도 처리할 수 있다. 김기응 교수는 “알파고가 기보를 통해 터득한 알고리즘을 쓰려면 슈퍼컴퓨터도 버거울 만큼 많은 계산이 필요하다”며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는 CPU를 일정량 이상 쓰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 알고리즘도 단순하게 바꿨는데, 이런 제약이 없어진다면 이 9단과의 대국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준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