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트 베이비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소재인 ‘입양’을 리얼하게 풀어낸 뮤지컬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조씨 코헨이 죽음을 앞둔 생모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아래 사진)과 생모가 살아있다는 전화를 받고 놀라는 딜리아(왼쪽·강윤석 분)와 조씨 코헨(최재림 분).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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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작가 전수양·작곡가 장희선 의기투합
‘입양’이란 소재를 리얼하고 유쾌하게
연출 박칼린의 발랄한 아이디어도 굿!
기사로 치면 팩트는 이렇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되었던 22세 청년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마리화나 소지죄로 체포돼 국외추방당한 사건. 딱 한 줄짜리, 신문 사회면 단신으로나 실릴 만한 이야기에 아티스트들의 황금손이 닿으니 무려 1시간 40분짜리 근사한 뮤지컬 작품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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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각별하다. 재능 있는 두 젊은 여성 아티스트가 의기투합하여, 무려 5년이나 숙성시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 전수양과 작곡가 장희선이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CJ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창작뮤지컬개발 프로그램에서였다. 당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팀으로 경쟁했지만 보자마자 서로가 ‘내 예술의 반쪽’임을 알아채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 입양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리얼하면서도 유쾌하게 푼 수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입양’이라고 하는, 국내 뮤지컬 작품치고는 상당히 생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단어가 던져주는 사회적 의미, 가족의 해체, 어두운 한국사가 맞물려 선뜻 티켓을 사기가 망설여질만한 작품이다.
작가 전수양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삶을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두려웠다”면서 “어차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면 최대한 진실 되게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행운은 연출가 박칼린을 만난 것일 테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칼린은 “나 역시 내 고향은 어느 나라일까라는 물음을 갖고 살았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고민과 경험은 주인공 조씨 코헨의 뿌리찾기 여정 안에 고스란히 녹았다. 조씨 코헨을 맡은 최재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래 잘 하는 배우인 줄은 알았는데 연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보고 있자니 괜히 미안해졌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한국계 미국인 청년이 몸에 스며든 듯 했다. 한국어 대사 못지않게 많은 영어 대사처리도 좋았다. 상황에 대한 반응, 제스처는 외국생활을 오래한 기자의 지인조차 놀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딜리아 : 이런 쉿(Shit·욕의 일종)!
조씨 코헨 : 왓(What·뭐라고)?
딜리아 : 싯(Sit), 싯. 여기 앉으라고.
목포 외삼촌 : (여기까지 왔는데 허탕쳐서) 우짜쓰까잉∼
조씨 코헨 : 왓?
목포 외삼촌 : 우짜쓰까잉∼
조씨 코헨: 왓치 스카이(watch sky·하늘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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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