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예방, 이례적 여론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23일 국회 대표실로 예방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추 대사는 “양국관계를 오늘날처럼 발전시킨 노력이 사드 문제로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23일 국회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드) 문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노력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다고 김성수 더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중국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줬으면 좋겠다”며 “북한이 더 이상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도록 6자회담 복귀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북한을 설득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을 찾지 않은 것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취임하면 주요국 대사가 예방하는 게 관행”이라며 “김무성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4년 8월 추 대사와 접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 외교사절이 야당을 찾아가 ‘한중 관계의 파괴’ 등 위협에 가까운 말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추 대사는 “한국 정부는 레이더 탐지 범위를 좁히고 성능을 낮춘다고 하는데 이를 중국은 마음 놓고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미국이 사드를 배치해 업그레이드하고 조정하는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 도출이 지연되는 원인도 ‘사드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 대사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제재가 시급한 시점에 사드 협상을 가동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을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안보리 협상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사드 문제가 없었더라면 벌써 새 유엔 결의가 채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협의할 한미 공동실무단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약정(TOR) 체결이 돌연 연기됐다. 국방부는 23일 오전 사드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발표 예정 1시간 전에 “양측이 최종 조율할 부분이 생겨서 하루 이틀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선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3일 미국을 찾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대북 제재안의 담판을 벌이는 일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하지만 군 관계자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한미 동맹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숭호 shcho@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