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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게 포장된 다른 극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다. 무대와 배우, 의상 등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더럽거나’ ‘본능에 충실한’ 쎈 놈들 투성이다. 그래서 강렬하고 인상 깊다.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공연의 첫 포문을 연 연극 ‘방바닥 긁는 남자’ 이야기다.
재개발이 예정된 어느 동네의 낡은 단칸방.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부 인생으로 밀려난 남자 넷이 모여 산다. 하루 일과 중 잠을 자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이들은 자기들과 같은 처지의 잉여 인간들을 ‘누룽지형 인간’이라 칭한다. 국가에서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인간을 방바닥처럼 납작하게 만들어 무기로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매일 먹고 자는 자기들이야 말로 국가 비밀 국방정책의 산물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비록 잉여인간이지만, 이들의 삶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고작 4명이 모여 살지만 이들 나름대로 투표를 해 지도자를 뽑고, 집권당과 야당을 나눠 ‘쌀밥을 어떻게 배분 할 것인지’ ‘옷은 갈아입는 시기는 언제인지’를 정한다. 머리둘레로 지도자를 정하는 선거 과정에선 권력을 갖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다거나, 부정선거가 적발돼 재선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비꼬거나 현대사회를 조롱하며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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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