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42)가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2010년 연극 ‘광부화가들’에 이어 6년 만이다. 복귀작은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 제작한 연극 ‘빛의 제국’.
이 작품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문소리는 20년간 서울에서 살다 북한의 귀환 명령을 받고 삶을 정리하는 간첩 김기영(지현준 역)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그는 “카센터에 온 기분”이라며 웃었다. “배우 문소리, 인간 문소리의 전반적 문제점을 점검 받고 있는 중이에요. 동료 연극인들이 서로 끈끈하게 협력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내가 그동안 사람을 너무 차갑게 대했구나’라고 반성하게 되죠. 제 삶의 결핍을 발견해요. 연극 무대는 늘 제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것 같아요.”
문소리는 “감독님이 영화 ‘오아시스’ ‘다른 나라에서’ ‘박하사탕’에 나온 저를 눈여겨보셨다고 하더라”며 “미국보단 프랑스에서 제가 더 유명한 것 같다”고 했다. ‘빛의 제국’은 3월 4일부터 약 한 달간 국내 공연을 가진 뒤 5월 17일부터 5일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 무대에 오른다. 문소리 지현준 등 한국 배우들이 그대로 현지 무대에 올라 한국어로 연기한다.
그는 ‘어떤 작품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곧잘 이야기하는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지현준과의 ‘케미(궁합)’는 어떨까. “지현준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나랑 부부로 잘 어울릴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저와는 연기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얇은 철사는 원하는 모양대로 잘 구부려지지만, 굵은 철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근데 현준씨는 굵은 철사인데도 저와 합(合)이 잘 맞아서 원하는 대로 구부러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문소리는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렸지만, 배우 인생은 극단 ‘한강’에서 수습단원으로 출발했다. 1996년 연극 ‘교실이데아’가 그의 데뷔작이다. 그는 “중3때 처음 본 연극이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 ‘에쿠우스’였다”며 “당시 느낀 충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93학번인 그는 “학교가 대학로에 가깝다보니 연극을 관람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수업 빼먹고 연극 보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인 장준환 영화감독과 대학로에서 종종 연극을 즐긴다. “집이 경기도 평택인데, 남편이랑 대중교통으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게 서울로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수년간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그런지 매일 설레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