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꿈꾸는 ‘지휘캠프’
12일 한 캠프 참가자가 지휘대에 올라 지휘를 하고 있다. 지휘캠프 참가자들은 누군가의 지휘가 끝나면 박수를 잊지 않았고, 강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면서 3∼4시간의 마라톤 레슨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허공을 휘두르던 손짓이 순간 멈칫한다. 머쓱한 미소를 띠다 이내 다시 지휘를 계속한다. 하지만 20초도 안 돼 다시 멈춘다.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고 시선을 멀리 봐요. 곁눈질하면 안 돼요.”
12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한 강의실에서는 한국지휘자협회가 주최한 지휘캠프가 열렸다. 흔히 오케스트라 지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나 레너드 번스타인 같은 거장이나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19일부터 열린 이번 캠프는 올해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일반인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최수승 씨(70)는 이화여대 의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몇 년 전 정년퇴임했다. 피아노를 칠 줄 알지만 지휘는 지난해 처음 접했다. 최 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휘가 궁금했다.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앞둔 예비 의사 김준옥 씨(37)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고 있는데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서 이번에 참가했다”며 “전공이 정신건강의학인데, 지휘와 통하는 면이 많다. 사람에 대한 매력을 탐구하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1차로 캠프를 마친 22명은 원주시립교향악단과의 리허설 기회를 잡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캠프 과정은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이어졌다. 식사시간이 1시간도 안 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만 없이 레슨에 집중했다. 한 명씩 지휘대로 나서 10여 분간 피아노 반주에 맞춰 지휘를 했다. 국내 정상급 지휘자로 구성된 강사들은 참가자의 지휘 도중에도 조언과 충고를 쏟아냈다.
“지휘자 자체가 음악을 즐겨야 해요. 그것을 손으로 단원에게 표현하는 것이 지휘자입니다.” “곡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요.” “악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지휘하지 말고 본인이 음악을 끌고 가야 합니다.”
지휘 차례가 끝나면 격려의 의미로 참가자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더라도 자리에서 음악에 맞춰 지휘봉을 움직였다. 한 참가자는 “지휘대에 오르는 것이 무서웠다. 강사들의 조언도 두렵지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