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경제부
기프트카드 정보 유출에 대한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해당 카드사 임원이 나타낸 반응이다.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기는커녕 오히려 당황스러워졌다. 고도의 해킹 기술이 아니라 기초적인 수법에 당했다는 것을 카드사가 자백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카드사 측은 도리어 “최신 이상징후감지시스템(FDS) 덕분에 고객 민원이 발생하기도 전에 해커들의 공격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놓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초보적인 공격은 막지 못했다. 이 카드사들은 CVC(유효성 확인 코드)를 여러 차례 잘못 입력했을 때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를 해놓지 않아 결국 수백 장의 고객 카드에서 3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고객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보안의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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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핀테크’ 열풍에 따라 소비자의 편의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금융권의 보안 의식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 완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것이 자칫 소비자의 정보 보호를 등한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2년 전과 같은 대형 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철중·경제부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