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국민 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시킨을 기리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세계 문화예술인에게 푸시킨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성악가 이연성 씨(오른쪽)가 11일 주한 러시아대사에게서 국내 음악인 가운데 최초로 이 메달을 받았다. 이연성 씨 제공
러시아에서 유학한 인천 출신 성악가 이연성 씨(47)는 당시 푸틴 대통령 앞에서 푸시킨의 시를 가사로 한 러시아 국민 애창곡 ‘그대를 사랑했소’를 노래했다. 롯데그룹은 동상 주변을 ‘푸시킨 광장’으로 조성해 문화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1일 국가 훈장인 ‘푸시킨 메달(문화예술훈장)’을 이 씨에게 주었다. 그는 이날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푸틴 대통령을 대신한 알렉산드르 티모닌 대사에게서 이 메달을 전달받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구절로 친숙한 푸시킨은 러시아 국민문학 창시자여서 그의 시를 노랫말로 한 노래가 수없이 많은 ‘국민시인’이다.
국내에선 수필가 전숙희 씨가 처음 수상했고,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김현택 한국외국어대 교수, 김선명 푸시킨하우스 원장 등에 이어 이 씨가 10번째다.
국내 음악인으로서 처음 이 메달을 받은 이 씨는 신학대 재학 시절 교회음악을 공부하던 중 러시아 민요에 반해 1995년 러시아 유학길에 나섰다. 이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음악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동양인 최초로 모스크바 국립 스타니슬랍스키 오페라 및 발레극장 정규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8년 시인으로도 등단했고, 푸시킨 시 등을 가사로 한 시집 겸 노래집 ‘푸시킨과 러시아 로망스’를 출간한 바 있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이 씨는 통역사로도 나선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된 러시아 함정(바랴크함) 추모식이 매년 열리는데, 러시아 고위 인사들의 요청으로 이 행사에 자주 참석하고 있는 것.
이와 별도로 이 씨는 매년 4월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러시아 유명 성악가를 기리는 음악회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스승이자 러시아 인민배우인 고려인 3세 성악가 류드밀라 남(1947∼2007)을 위한 추모 음악회를 마련해 성악과 국악의 퓨전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남 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불렀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