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박귀섭 씨 취미삼아 찍던 사진에 빠져 작가로 전향 “한국 무용수 멋진 모습 세계에 알릴 것”
박귀섭 작가의 ‘쉐도우’ 시리즈 중 2번 작품. 국립발레단의 무용수 10명이 나무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지난해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의 러시아판 표지와 미국 음반사의 한 음반 표지로 쓰였다. 박귀섭 제공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연습동의 한 스튜디오.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스태프들의 올해 공연 포스터 등에 쓸 프로필 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사진기 앞에 서면 긴장할 법도 하지만 단원들에게는 여유가 넘쳤다. 수석무용수 김지영은 자기 차례가 오자 촬영보다 사진작가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발레리노에서 사진작가로 변신한 박귀섭 씨.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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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발레만 했던 그가 ‘정글’ 같은 사회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재능 있는 발레리노였지만 사진에는 초보였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실력보다 어디서 일하는지, 어디 출신인지, 누구 밑에서 일했는지가 더 중요했어요.”
어렵사리 패션사진 쪽에서 자리를 잡아 갈 즈음 우연한 기회에 다시 발레와 인연을 맺었다. “무용복 가게를 운영하는 선배에게서 제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이 왔어요. 당시 화보처럼 찍은 사진이 그 나름대로 유명해졌어요. 그 사진을 본 국립발레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의 사진이 ‘무용수들의 몸과 동작을 제대로 잡아낸다’는 소문이 나면서 국립발레단을 비롯해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현대무용단 등 많은 무용 단체들의 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사진작가로 나설 때만 해도 마이너스가 됐던 발레 경력이 오히려 플러스가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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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상한 이미지를 몸으로 표현해준 동료, 선후배 무용수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앞으로 한국 무용수들을 제 사진을 통해 해외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