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철학사 1, 2, 3/이광래 지음/1권 992쪽, 2권 832쪽, 3권 832쪽/각 2만8000원·미메시스 ‘미술 철학사’ 펴낸 이광래 강원대 명예교수
‘미술 철학사’는 편집 기간을 포함해 총 9년이 걸린 노작(勞作)이다. 이광래 교수는 “오랫동안 책을 준비하다 보니 후반부를 쓸 때는 처음 계획한 관점이 흔들릴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이광래 교수 제공
이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지와 문자의 차이가 있을 뿐 미술은 철학의 다른 이름이다. 국내에 미술학도가 넘치지만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없는 것을 철학의 빈곤 때문으로 봤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다른 미술서와 차이점이 있다면….
“작품과 작가를 연대기적으로 따르는 미술서가 많다. 그러나 나는 미술사를 포함한 역사가 시간 기록일 뿐 아니라 공간의 기록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당대의 정치, 경제, 과학과 종교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을 시도했다.”
―고대나 중세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 작품부터 다뤘다.
“언제부터 미술가들이 철학적 고뇌를 표현하기 시작했나를 기준으로 삼았다. 르네상스 이전 미술은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따라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그렸을 뿐 철학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 이후 미술사에서 살아남은 작품은 결국 철학적 반성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미술은 아쉽다. 기예는 뛰어나지만 스토리, 메시지가 없어 공허한 작품이 많다.”
“책에 넣을 작품 이미지를 구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원래 1500개 정도 작품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저작권 문제 때문에 절반 이상 포기했다. 그래서 출판사와 트러블도 많았다. 그렇게 줄였는데도 저작권료만 5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혹시, 현재 준비 중인 책이 또 있나.
“물론. 난 10년, 20년 동안 쓸 원고를 미리 준비한다. 글을 시작할 때 목차까지 완성해 놓고 월 계획표를 짜며 글을 쓴다. 지금은 미술과 문학의 통섭을 다룬 3권짜리 책을 4년째 쓰고 있는데, 5월쯤 탈고할 예정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책도 쓰고 싶다. 내 아내는 나더러 글쓰기 강박증에 걸렸다고 하더라.”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