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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다”면서… 귀에 입 걸린 김기태 감독

입력 | 2016-02-11 03:00:00

KIA 2차 전훈지 오키나와 가보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신종길에게 공을 던져주는 김기태 KIA 감독(왼쪽). 그는 훈련 내내 운동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선수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길게는 30∼40분씩 이야기를 나눴다.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감독이 화가 난다.”

9일부터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KIA의 김기태 감독은 훈련 첫날부터 화가 난다고 했다. 선수들이 너무 준비를 많이 해와 감독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농담으로 칭찬을 대신한 것이었다.

부임 첫해였던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김 감독은 “일단 화를 많이 안 낸다. 작년엔 얼굴이 벌게졌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오키나와로 이동한) 어제도 6명이 나가서 피칭했다고 하더라. 오랜 시간 비행기 타고 오면서 감각이 떨어질까 봐 나갔다더라”며 뿌듯해했다.

주장 이범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감독님이) 처음 오셨을 때와 참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가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알고 하니 감독, 코치님이 뭐해라 말 안 해도 딱딱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에요.” 이범호는 ‘김기태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의 야구는 세밀함 속에 강함이 있어요. 현역 시절 홈런을 펑펑 쏘던 이미지와는 달리 굉장히 섬세하세요. 동료가 실수했을 때 커버 들어가는 것같이 세밀한 ‘틈’을 메우는 걸 강조하세요. 저도 혼자 홈런만 치는 선수였는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3년 연속 주장으로 김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범호는 “우리 선수들은 힘을 불어넣어 줘야 잘하는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세게 하시면 제가 부드럽게, 또 감독님이 부드럽게 하시면 제가 후배들을 좀 조이면서 균형을 잡겠다”고 말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은 KIA의 3년차 외국인 선수 브랫 필이 잘 챙겨 주고 있다. 애리조나 캠프에 직접 한국어로 편지를 써 올 만큼 팀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필은 애리조나에서 KIA 선수들에게 맛집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필은 “감독님이 너무 좋다(I love him a lot). 가족 같고 선수들이 팀을 위해 뛰고 싶게끔 만드시는 분”이라며 엄지를 세웠다.

KIA의 스프링캠프에서는 매일 아침 영화 ‘록키’의 주제곡인 ‘아이 오브 더 타이거(Eye of The Tiger)’가 울려 퍼진다.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는 김 감독의 특별 주문곡이다. 김 감독은 특히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는다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선수 때와 비교하면 성격이 “많∼이 순해졌다”는 김 감독은 “선수는 감독 눈치 봐서는 절대 잘할 수가 없다. 즐기면서 하는 게 가장 무서운 것 아니냐”면서도 “다음 주 연습게임이 시작되면 슬슬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웃었다.

“감독이 되면서 무엇을 하자는 목표보다는 이것만은 하지 말자는 목표를 세웠다”는 김 감독은 “힘들지만 아직까지 그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뭐 당연한 것들 있잖아요. 편애하지 않기, 내 주장만 하지 않기, 모방하지 않기.”

오키나와=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