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플라모델-LP판 등 애장품, 망가뜨리고… 가져가고… 속앓이 친구집에 옮기거나 싼 선물로 방어
지난해 1월 한 누리꾼이 조카들이 자신의 피겨를 망가뜨렸다며 네이버 카페 ‘액션 피겨’에 올린 사진. 네이버 카페 액션 피겨 캡처
오죽 속이 상하면 어린 조카를 몬스터에 비유할까. 괜한 오해를 받거나 빈축을 살까 봐 털어놓지 못했던 이들의 ‘명절 조카몬 공포’를 들어봤다.
○ 조카몬 공습에 떠는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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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H.O.T.의 ‘광팬’이었던 강혜경 씨(32·여)는 수년간 콘서트를 따라다니며 야광봉을 수집했다. 콘서트 때마다 달리 제작되는 야광봉은 H.O.T.에 대한 추억이자 기록 그 자체였다. 하지만 명절 때 사촌동생들이 집에 놀러 오면서 강 씨의 귀중한 추억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이들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요술봉이라도 되는 것처럼 야광봉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약한 재질의 야광봉은 사촌동생들의 거친 손을 감당하지 못하고 깨져 버렸다.
강 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삭여야 했다. 화를 냈다간 친척 어른들에게 ‘속 좁은 사촌누나’로 찍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직 동생들이 어려서 그런 거라 화를 낼 수도 없고 참담할 뿐입니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덕후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카몬에게 당한 피해 경험담이 수두룩하다. LP판 수집이 취미인 한 20대 남성은 오디오 관련 커뮤니티에 “지난해 집에 놀러온 사촌동생들이 내가 없는 사이 김현석, 김광석, 퀸, 이글스 등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LP판을 던지고 놀면서 모두 망가뜨렸다”고 털어놨다.
○ 소장품 지키는 노하우 공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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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들의 주의를 끌 만한 값싼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 방법도 있다. 오현주 씨는 2일 한 플라모델 전문 판매점에서 사촌동생들에게 줄 3000원짜리 건담을 샀다. 이른바 ‘제물템’(제물+아이템의 합성어)이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