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문화부
3일 동아일보 문화부로 하루 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개저씨’란 단어가 지나치다”는 남성들의 항변이었다. 이날 보도된 본보의 문화기획 ‘맨 인 컬처―개저씨 편’ 때문이다.
이 기사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인 개저씨란 말이 최근 유행하는 현상을 다뤘다. 900여 명의 여성에게 설문조사해 분석한 기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에 게재된 이 기사에 댓글만 3700개가 달렸을 정도. ‘공감이 간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남성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박모 씨(42)는 “보도에 나온 ‘개저씨 평가지수’ 항목을 스스로 체크해봤다”며 “스스로 반성했다”고 했다. 일부는 “특정 남성들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했다. 국민 신문고 등에 항의하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기자도 중년 남성이다. 중년 남성 비하는 이 기사의 취지가 아니다. 한 번쯤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였다.
취재 과정에서 이 시대의 아저씨에 대한 고충과 연민을 가진 이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김모 씨(47)는 “부하 직원들에게 회식에서 한턱 쏘고 싶어도 눈치를 보게 된다. 뒤에서 ‘개저씨네’라고 욕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학생 최모 씨(23·여)는 “개저씨는 싫지만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 온 아빠 세대라는 점에서 ‘짠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중장년 남성들은 엄격한 가부장제와 상명하달식 조직문화, 목소리부터 높여야 유리해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왔던 세대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개인을 넘어선 한 세대의 사고방식은 성장 과정과 환경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세대 간 생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가지고 한 사람을 판단하고 무조건 비하하는 건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윤종·문화부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