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 Ⅱ’(1909)
특히 그는 퇴폐미가 물씬 풍기는 여성들을 즐겨 그렸어요. ‘유디트Ⅱ’처럼요. 그림의 주인공은 성서 속 구국의 여성입니다.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고 조국 이스라엘을 구했지요. 남녀가 생과 사를 넘나들며 펼치는 드라마틱한 사건은 미술의 비중 있는 주제였습니다. 특히 미술가들은 참혹한 살해 장면에 주목했습니다. 참수 현장의 처참함도 꼼꼼히 다루었어요. 애국 여걸이 억압과 불의에 맞서 승리와 정의를 거머쥐는 순간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클림트는 좀 다른 접근을 합니다. 그림에는 살해의 행위도 현장도 없습니다. 매혹적인 여성만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인공이 요부 살로메라는 의혹도 따라다닙니다. 자태는 몽환적이고, 옷매무새는 단정치 못합니다. 잘린 남성의 머리가 살해의 유일한 단서입니다. 가는 손가락이 승리의 확증을 낚아채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 기하학적 패턴의 옷감에 가려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떻게 적진을 뚫고 들어가 힘센 침략자를 무찔렀을까.’ 화가는 사건의 전모 대신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합니다. 유디트의 눈부신 매력입니다. 쾌락의 유혹입니다. 신비로운 살해자가 당대의 복잡한 속내를 드러냅니다. 육감적인 여성을 탐하면서도 이로 인한 파멸을 염려했던 세기말의 전전긍긍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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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