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숙원사업 기반 마련 한국문학 발전의 바탕 되려면 문학정신 대표하는 장소와 자료수집 계획 미리 세우고 개방과 자율 운영 체제에다 통일 대비하는 공간 역할해야
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
국립문학관의 설립 문제는 오래전부터 문학계의 숙원이 되어 왔다. 20년 전 문민정부에서 1996년을 ‘문학의 해’로 제정하였을 때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던 것도 문학관의 건립이었다. 당시에도 ‘근대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500억 원 규모의 예산계획도 세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문민정부 말기의 경제위기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이어지면서 이 계획은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국립문학관이 어떤 규모와 형태로 어디에 세워질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지금부터 실질적인 준비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도쿄에 있는 일본근대문학관(日本近代文學館)은 1962년 설립준비회 발족 직후부터 폭넓은 자료 수집과 정리 작업을 먼저 벌였다. 5년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친 후 1967년 개관하면서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의 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 망라하여 수집 정리 보존한다는 설립 취지를 철저하게 지키고자 했다. 근대문학관은 박물관과 도서관의 기능을 통합하고 전문 연구 기능을 강화한 특별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재단법인 형태로 문학 전문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러 문학관을 둘러보았지만, 이곳처럼 한 나라의 특정 시기 문학 관련 자료를 총망라하여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하고 과학적으로 보존 관리하면서 연구자를 위한 자료 제공에도 철저를 기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지금도 일본근대문학관은 언론기관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특색 있는 문학 자료 전시와 다양한 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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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학관의 설립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발전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환영할 일이다. 국립문학관의 설립을 위해서는 준비 단계부터 사회 각계의 지원과 언론 출판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모든 문학인들이 자료의 수집 작업에서부터 앞으로의 운영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동참하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문학관이 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
권영민 문학평론가 단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