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2차례 밀입국’… 뚫린 대한민국 관문
뒤늦게 순찰 강화 인천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이 31일 탐지견과 함께 2일 전 폭발물이 든 종이상자와 아랍어로 적힌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화장실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대형 유리문으로 된 이 출국장 공항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에 다가서자 센서가 반응해 자동으로 열렸다.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 접근해도 출입문이 저절로 열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열린 문 사이로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출국자의 여권과 신분을 확인한 뒤 도장을 찍어주는 출국심사대와 보안검색대가 한눈에 보였다.
중국인 부부는 야간에도 열리는 이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간 뒤 출국심사대, 보안검색대를 거침없이 통과했고, 공항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칸막이도 8분 만에 뜯어냈다. 이들이 밀입국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20분이 채 안 됐다.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 통로로 활용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3층의 상주직원 전용출입문의 출입이 지난달 30일 제한돼 있다(맨위 사진). 베트남 환승객이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빠져나갔던 2층 입국장 A구역의 무인심사대도 폐쇄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무인심사대는 여행객의 신분과 적격 여부 등을 확인하는 출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관리와 운영은 법무부가 맡아 왔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72대 등 총 106대가 설치돼 있으며 법무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까지 160대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공항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터진 밀입국 사건은 법무부, 인천공항공사, 공항의 보안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 모두의 무사안일주의가 누적돼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의 보안이 이처럼 허술한 것은 서비스 평가 지표에만 극단적으로 목을 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에서 10년째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이 평가의 주요 지표가 승객 출입국 시간 단축이다. 이 지표 점수를 올리는 것이 인천공항의 중점 목표가 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