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전 적극 부인서 태도 바꿔… 美태평양사령관 “한반도 배치 지지”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함구했던 제작사 록히드마틴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미 양국 정부가 (곧)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미 양국 간 사드 배치 논의가 수면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제작사가 굳이 이를 부인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의 셰릴 아메린 미사일 담당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은 이날 사드 배치 논의의 진척 상황을 묻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대해 대외 홍보실을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이를 최종 결정하는) 한미 양국 정부가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만 밝혔다.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는 당분간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10월 사드 배치론을 꺼냈다가 한미 양국의 부인으로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적이 있다. 록히드마틴의 마이크 트로츠키 항공·미사일방어 담당 부사장은 당시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의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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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군수회사인 록히드마틴이 수년 전부터 양국의 사드 논의 상황을 누구보다 면밀히 관찰해 왔다는 것이 한미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번 발언은 4개월 전과 달리 사드 배치론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NCND) 한미 양국 간 사드 배치를 놓고 물밑 교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에선 사드 배치론이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한미 양국이 이르면 이번 주 관련 협의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한국에서 논란이 된 후 기사에서 발표 시점은 삭제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보도의 취지 자체를 반박하는 움직임은 없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31일 한 인터뷰에서 “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지지한다. 배치 결정은 한미 공동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20일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 보고서에서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을 감안할 때 사드는 소중한 방어 역량”이라며 미 정부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제안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사드 배치는 이제 언제(when), 어떻게(how)의 문제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