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측 지원여부 타진에 답변없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사진)이 결단을 내려 과감한 자구안을 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마땅한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대 국적 선사 중 하나인 현대상선이 극적인 생존의 길을 찾을지, 끝내 법정관리의 길로 들어설지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해운업황 악화로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2013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이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사업부문과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등 자구계획을 나름 충실히 이행해왔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업황이 살아나지 않아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데다 6000억 원 규모의 현대증권 매각이 지난해 말 불발되면서 자구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2분기(4∼6월) 630억 원, 3분기(7∼9월) 6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계속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당장 올 4월과 7월 각각 2208억 원, 2992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산업은행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떠나 회사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라”고 현대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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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각 외에 유상증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과거 ㈜STX의 경우처럼 공모사채를 출자전환해서 부채 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선택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고(高)용선료가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용선료 재협상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구안으로는 현대상선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생존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KDB대우증권 류제현 연구원은 “자산을 추가로 팔아봤자 돈 될 만한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상증자, 공모채 출자전환을 성공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당장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칠 수 있고 공모사채 출자전환도 일일이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난제(難題)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법정관리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그룹을 지키기 위해 용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채권단과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희생의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해운업계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며 읍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냉정한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운업 지원 대책을 새로 내놨지만 그 대상을 부채 비율 400% 이하의 기업으로 제한했다. 2015년 3분기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은 980%에 달해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9000억 원 이상의 자본을 새로 확충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00%라는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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