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흔드는 日]
아베 총리는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제까지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에서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위안부) ‘강제 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이번 합의에 의해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유형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오가타 린타로(緖方林太郞) 민주당 의원이 ‘한일 외교장관 발표문에 명기된 사죄와 반성의 문구를 본인 입으로 천명하라’고 요구했으나 “질문 받을 때마다 답하면 그것은 최종 종결된 것이 아닌 것이 된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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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자극적인 발언이 이어지는 원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의 근본적인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은 채 타결책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화가 없으니 합의 정신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위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교수(일본연구센터 소장)는 “한국 정부가 뭐라고 하든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인식을 바꿀 생각도 없고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위반 사항도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3국 공조체제가 급속히 복원되면서 한국 정부도 어정쩡한 모양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외교부는 18일 “강제 동원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국제사회가 이미 명확하게 판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지만 ‘강제 동원’과 ‘강제 연행’은 뉘앙스가 다르다. ‘관헌이 총칼로 소녀를 끌고 간 증거, 즉 강제 연행은 없었다’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아베 총리의 핵심 주장은 살짝 피해간 셈이다.
지난해 12월 합의 성명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책임’과 ‘인도적 책임’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 분쟁의 여지를 남겼다. 아베 총리가 “한일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 종결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책임의 의미를 일본에 유리한 쪽(인도적 책임)으로 몰고 가려는 전술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의 ‘자극적 발언’이 의도적인 우익 달래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위안부 합의 타결 직후 일본 우파 진영의 반발은 거셌다. 극우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소속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의원도 1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인이 웃고 있지만 잔혹하고 짐승 같다는 이미지가 해외에 정착되고 있다”고 아베 총리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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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에 대한 일본 내 주류 언론의 반응은 우호적인 편이다.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63%였다.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도 전달보다 4%포인트 오른 42%였다.
합의에서 일본 측이 ‘군의 관여’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6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절반 이상이 이번 합의가 ‘한일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인터넷상에서 주로 활동하는 넷우익 사이에서는 반발이 여전하다. 포털사이트 야후가 합의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2015년 12월 28일∼2016년 1월 7일)에서는 31만4000명이 참여해 이 중 67.3%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