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5곳서 공동생활홈 운영 서로 의지… 고독감 줄어 큰 호응, 정부 ‘친구 맺어주기’ 지원 나서
할머니들은 얼마 전까진 이 마을에서 각각 따로 사는 홀몸노인이었다. 자식들은 전부 인근 도시로 떠나보냈고, 남편과는 오래전에 사별했다. 쓸쓸한 황혼기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함께 의지하며 사시라”는 제안을 받고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는 공동생활홈 생활을 시작했다. 신준희 할머니(78)는 “혼자만 지내다 보니 심심했는데 같이 모여 사니까 말도 더 많아지고 외롭지 않아서 좋다”라고 말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개조한 뒤 홀몸노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생활홈은 전국에 35개가 운영 중이다. 이전까지 마을에 있는 홀몸노인에게 난방용품 지원이나 생활 보조를 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고독감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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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생활홈 구축과 함께 홀몸노인들 간 친구 맺어주기, 자원봉사자나 콜센터 직원이 노인들과 결연관계를 맺는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공동생활홈을 40개로 늘리고 이 공간의 식사와 청소를 돕는 노인 일자리도 확충할 방침이다.
‘사랑잇기 사업’을 통해 서울 강북구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의 사회복지사와 인연을 맺은 김모 할머니(68)는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살면서 박탈감이 심했는데,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방 한 칸짜리 집에서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 김 할머니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는 정기적으로 찾아와 안부를 물어주는 생활관리사라고 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의 김현미 실장은 “이처럼 정부의 홀몸노인 지원 정책이 ‘친구 만들기’로 차츰 변화하는 추세”라며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대응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성=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