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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인재 영입, 또 하나의 분식

입력 | 2016-01-21 03:00:00

멀쩡한 사람들의 이상한 정치… 정당의 구조적 요인 때문
“더민주당을 정책정당으로” 선거대책위원장 김종인, ‘박근혜 경제민주화’ 만큼 순진해
정치에서 순진함은 죄악… 영입인사 주목할 이유 없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우리 눈에 비치는 정치의 모습이 그렇다. 이기기만 하면 세상 모든 것 다 줄 것처럼 빌 공(空)자 공약을 하고,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 똑같은 짓을 하며 서로를 헐뜯는다. 그러느라 법안은 쌓이고 국정은 멍이 든다. 그러면서도 서로 챙겨 먹을 것은 다 챙겨 먹고.

정치가 이 모양이다 보니 그 주체인 정치인의 모습도 부정적으로 비친다. 상식도 예의도 없는 사람,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사람들로 보인다. 오죽하면 배가 뒤집어지면 국회의원부터 건져 올린다는 농담이 있겠나. 물이 오염될까 봐서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못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상식도 있고 예의도 있다. 국민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보통의 국민 수준은 된다.

그런데 왜 이 멀쩡한 사람들이 하는 정치는 늘 저 모양일까? 그래서 멀쩡한 정치인들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게 하는 것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정치인 개개인의 의지가 좋은 방향으로 살아나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특유의 지역 구도, 기득권에 안주한 양당 구조, 잘못된 선거 제도와 문화, 그리고 수명을 다한 의회주의와 대통령 및 국회에 모든 결정권이 집중되어 있는 시대착오적 국가 운영체계 등이 다 그런 것이다.

병든 땅에 그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지 못하듯, 이 모든 것이 저 모양 저 꼴의 정치밖에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참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우리 정치의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은 천박하기 짝이 없다. 기껏 생각한다는 개혁이 모바일 투표에 오픈프라이머리 등이다. 주로 당내 경쟁을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그나마 정치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기된 것들이다. 의회주의의 한계나 잘못된 국정 관리체계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

이런 가운데 ‘인재 영입’을 한단다. 병든 땅에 새로운 씨앗과 묘목, 심지어 잘생긴 고목까지 심겠다는 말이다. 청년 사업가에 교수, 의사, 그리고 잘 알려진 원로까지 줄줄이 끌어들인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들이 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꿀 것이다.”

속임수다. 뭐가 달라지겠는가? 사람 변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잘못된 환경과 구조를 조금은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병든 땅은 넓고 이들의 힘은 미약하다. 무엇을 크게 기대하겠는가.

문제의식이라도 제대로 있으면 다행이련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일례로 대표적 영입 인사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보자. 정책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한두 사람이 고함지르고 경제민주화 정책 몇 개로 될 수 있는 일이었으면 굳이 그가 나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완벽한 정책정당이 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해 순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꿈을 꾸는 것만큼 순진하다. 외람된 말이지만 정치에 있어 순진함은 때로 죄악이다. ‘속았다’ ‘그럴 줄 몰랐다’를 되풀이하며 이쪽저쪽 오가는 사이 우리 정치는 그만큼 더 교란되고 희화화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국민의 몫이다. 영입 인사에 주목할 이유가 없다. 어느 당이 되었건 그렇다. 많은 경우 그들은 정당의 못난 얼굴을 감추는, 말하자면 분식(粉飾)의 수단일 뿐이다. 그들의 인물됨이나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에도 눈길을 줄 이유가 없다.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정치를 이 모양으로 만드는 구조적 요인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각 정당이나 그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는 일이다. 인사 영입의 분칠을 넘어 그들의 생얼굴을 정확히 보는 것이 그 첫 번째 할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국민에게 정치 프로가 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우리 정치를 구할 사람은 오로지 국민이다. 정치로 정치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명백하다.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누가 이기건, 또 어느 쪽이 몇 석을 확보하건 지금과 똑같은 정치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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