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벤처캐피털 콜라보레이티브펀드(Collaborative Fund)에서 잠시 일하며 투자와 사업 기회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며 창업을 위한 ‘근육’을 단련시켰다. 이 경험이 밑거름이 돼 지난해 2월 어니스트펀드를 창업할 수 있었다.
그의 사업 아이템은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서비스다. 은행들이 신용등급 등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 여부와 이자를 결정하지만, 어니스트펀드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 기록과 패턴 등을 활용한 심리 측정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해 대출해준다.
“학창시절 아버지 사업이 잘 되지 않아 풍족하게 살지 못했어요. 뼈가 빠지게 고생하고,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겨우 이 자리에 왔어요.”
말끔한 외모에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해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금수저’라는 오해를 받곤 하지만, 서 대표는 자신을 ‘뼈수저’라고 말한다. 창업 후 1년 간 지하방, 폐업한 카페를 전전하고 다른 회사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눈칫밥도 먹었다. 그는 사무실을 6번이나 옮긴 얘기를 재밌는 추억마냥 툭툭 털어놨다. 사업 초기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렸다. 모아둔 돈도 다 쓰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밥 먹을 돈도 없었다. 10년 넘게 거래한 은행을 찾아갔지만 대출 신청서조차 써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벤처 사업가라는 명함 말고는 안정적인 수입도 담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의 신용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려면 은행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가 롤모델로 꼽는 미국의 P2P 대출업체 랜딩클럽 역시 미국 내 대형은행인 웰스파고와의 협력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낯선 제안을 하는 젊은 사업가에게 “학교는 졸업했느냐”, “군대는 다녀왔느냐”, “유사 대부업체 아니냐”며 의심부터 했다. 얕잡아 볼까봐 일부러 ‘2대8’ 가르마를 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안경까지 쓰고 은행을 찾아간 적도 많았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국내 최대 은행인 신한은행이 관심을 보여 신한금융그룹의 핀테크 육성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에 선정된 것이다. 신한은행은 서비스에 필요한 이체, 가상계좌 수수료를 모두 면제해줬다. 18일에는 어니스트펀드에 1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서 대표는 “나와 동료들은 우리 아이디어에 대해 100% 확신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게 불안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그런 논쟁과 충돌의 순간에 기회가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앞날을 불안해하는 청년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건넸다.
“‘왜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거예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기회가 분명히 옵니다.”
신민기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