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통일대박의 꿈은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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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박 대통령은 신년구상에서 ‘통일대박’을 처음 주창했다. 분단조국의 통일이 대한민국과 주변 국가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 기회라는 점을 밝혔다. 통일대박론은 두 가지 차원에서 반향이 컸다. 안으로는 통일이 부담이 아니라 기회라는 쪽으로 대세를 모았다. 밖으로 통일 의지를 확실하게 천명한 것은 의미가 더욱 깊다.
집권 1년 차의 김정은은 박 대통령 취임 직전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3차 핵실험이 없었다면 통일대박은 더 일찍 선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4차 수소탄 실험으로 통일대박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박 대통령 재임 중 통일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렵게 됐다. 당장 첫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지원이 잠정 중단됐다.
둘로 쪼개진 체제를 다시 합치는 통일은 어렵다. 남한 단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참여 속에 북한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통일대박은 박 대통령 임기 중에는 이뤄질 수 없다. 먼 훗날의 과제로 남겨둬야 한다. 다만 독일의 통일 설계자 에곤 바르가 강조한 ‘접근을 통한 변화’마저 기피해선 안 된다.
장마당이라는 자본주의 시장의 맹아(萌芽·싹)가 북한의 기반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 북한의 젊은이들이 당과 군의 간부보다 돈 잘 버는 사장을 선호한다. 핵실험에 대한 응징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위력을 떨치는 것도 이유가 있다. 휴전선에 배치된 40만 북한 인민군은 감수성이 풍부한 17세부터 27세까지다. 이들이 장마당 세대여서 남한 방송이 잘 먹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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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둑처럼 통일은 온다
통일의 천시(天時)가 오고 있는데 통일의 대업(大業)을 이룰 주체와 역량이 부족하다. 주 기자의 말이다. “평양 상공에 태양광 드론을 띄워 인터넷과 방송 전파를 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지게 하는 날이 오면….” 그때가 김정은 세습왕국이 무너지는 날이다. 도둑처럼 통일이 오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가 준비만 돼있다면.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