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퇴근 시간 이후 주요 경제장관과 금융기관장 등을 부총리 집무실 옆 소회의실(이른바 녹실)로 예고 없이 소집했다. 낮엔 부처 일을 해야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녹실 회의가 몇 시간씩 계속되면 장관들은 배고픔과 피곤에 지쳐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와 예산이나 정책 협의를 할 때도 장기영은 초저녁엔 급한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밤늦게 돌아와 ‘만사가 귀찮아진’ 의원들을 설득해 정책을 관철시켰다. 회의에서 자기 의도대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미리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하며 만반의 준비를 다했던 장기영의 고난도 전술이었다.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는 성격이 무난해 별명이 ‘순둥이’다.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국책 연구기관을 거쳐 2008년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파이터’와는 거리가 멀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 1000여 명의 경제·경영·행정학자들이 2004년 노무현 정부와 정치권의 반(反)시장경제 및 포퓰리즘 행보를 비판하는 ‘경제 시국선언’을 발표했을 때도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