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밀수입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정품처럼 속여 국내에 대량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과거 중국의 불법 의약품 판매 사이트 수사 과정에서 구매자로 위장해 연락처를 남겼던 경찰관에게 제품을 홍보하려 전화를 걸었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에서 제조한 불법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손모 씨(69)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모 씨(55·여)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공급 총책인 손 씨는 2014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중국의 밀수업자로부터 가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등을 사들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사무실에 보관하면서 국내 유통업자 박모 씨(44·여·구속) 등 4명에게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 등은 오피스텔을 빌려 전화 상담실을 차리고 과거에 중국산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매한 적이 있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해 고객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통한 의약품 가운데는 비아그라 등의 주성분인 실데나필과 타다라필이 정품의 3~5배 이상인 제품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성분을 과용하면 심혈관계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
경찰은 이들 제품이 중국에서 ‘황금 비아그라’, ‘황금 시알리스’ 등으로 포장돼 국내에 유입됐지만 정품은 ‘황금’ 같은 이름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박 씨 등은 무좀 등에 쓰는 곰팡이균(진균) 질환 치료제를 ‘여성용 비아그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개인정보 명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제품을 판매하려다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우연히 전화를 받은 ‘고객’이 과거 불법 의약품 구매자를 가장해 유통업자를 수사한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