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골웨이
당시 46세, 골웨이의 플루트 소리는 살집이 도톰하게 잡힌 탐스러운 소리였고, 그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완벽한 기교를 뽐냈습니다. 제 자리는 세종문화회관 3층의 거의 꼭대기였고 연주자의 얼굴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상관없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갈채 속에 골웨이가 무대에 다시 나왔습니다. 그런데 플루트를 들지 않은 빈손이었죠. 관객들이 박수를 그치지 않자 그가 갑자기 연주복 안주머니에서 뭔가 꺼냈습니다. 리코더를 닮은 아일랜드 악기 ‘틴휘슬’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한층 열렬한 박수를 쏟아냈습니다. 그가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골웨이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활기찬 지그(Jig) 춤곡이 흘러나왔습니다. 경쾌하게 연주를 이어나가던 그가 연주복에서 틴휘슬 하나를 더 꺼냈습니다. 입에 악기 두 개를 물고 양손으로 두 악기를 연주하며 화음을 맞추었습니다. 객석에서 ‘우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