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인 전 사장(가운데)이 11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2016년 구단 시무식 도중 ‘국민타자’ 이승엽(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삼성 선수단에 이승엽을 본받아 자기관리에 철저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대표이사 이·취임식서 의미있는 한마디
김인 전 사장, 이승엽같은 불멸의 선수 탄생 당부
이승엽 “2년 후 후회없이 떠나도록 최선 다할 것”
삼성 김인 전 사장은 11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대표이사 이·취임식에서 매우 의미 깊은 말을 남겼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적인 이임사가 아니었다. 김 전 사장은 삼성 선수들에게 “여러분 모두 꼭 ‘전설의 아바타’, ‘전설의 분신’이 되어달라. 영원히 기억될 전설과 같이 식사를 하고, 함께 땀을 흘리며 훈련하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자체가 매우 큰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설은 지금도 자전거 페달을 쉼 없이 돌리고 있다. 앞바퀴는 실력, 뒷바퀴는 자기 관리다. 행여나 넘어질까, 멈춰 설까 잠시도 쉬지 않고 있다. 여러분들도 ‘제2의, 제3의 전설’이 되어달라. 우리 구단에서 꼭 ‘전설의 아바타’가 탄생하길 기대하며 떠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KBO리그 개인통산 400홈런을 달성했고, 한·일 통산 600홈런에도 다가서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특히 모범적인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자세는 KBO리그 전체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축 투수들이 자기관리에 실패(해외원정도박)해 수사를 받는 바람에 염원하던 5년 연속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떠나는 구단 대표이사가 젊은 선수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는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주인공 이승엽은 행사가 끝난 뒤 매우 쑥스러워하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그러나 아직 ‘전설’이라는 표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진정한 전설 같은 선수가 되려면 더 노력하고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한다. 이제 시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어쩌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앞으로 홈런 25개를 더하면 한·일 통산 600홈런, 안타 140개를 추가하면 KBO리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하게 된다. 이미 큰 업적을 이뤘지만 겨우내 개인훈련에 매달렸고, 약점을 줄이기 위해 타격폼 완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지난해 프로 입단 후 최고 타율(0.332)을 올렸지만, 부상도 있었고 꼭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 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야구는 실패의 경기지만, 그 실패를 줄이고 최소화하기 위해 스윙도 큰 틀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2년 후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엽은 올해로 만 40세가 됐다. 진갑용(42)의 은퇴로 팀내 최고참이 됐다. 일본에서 8년을 뛰었지만, 1995년 삼성 입단 이후 20년 넘는 세월을 ‘푸른 피의 사나이’로 살아왔다.
경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