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부산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장
위기의 경제… 리더십은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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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3년 연속 전국 규모의 선거가 있다. 총선(올해), 대선(내년), 지방선거(후년) 등이다. 이 3년 동안 극도의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며 전국을 선거 광풍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세계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 치며 이 중차대한 3년을 허송세월한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더구나 제2의 외환위기라 할 만큼 지금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3%를 밑도는 성장률 전망에 부채는 늘고 일자리는 줄고 신성장동력은 찾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책임 있는 리더십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정책은 비전도 일관성도 없어 목표와 방향이 수시로 바뀐다. 남은 2년 정부의 중점 사항이 뭔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대통령은 발로 뛰는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 정부와 정치권, 노조와 시민단체 눈치를 보며 잔뜩 움츠려 있다. 젊은이들은 취업난에 미래 비전을 상실했다. 사교육비 부담에 중산층은 허리가 휜다. 믿을 만한 전문가도, 시대의 스승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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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업 국회’ 서로 네 탓만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비난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낯이 뜨겁다. 여야 간 이견으로 폐기처분될 법안이 수두룩하다. 상대방 탓만 할 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론에 얽매이고 시류에 흔들리니 일하는 국회 모습은 사라졌다.
이번 총선에는 벌써부터 대폭 물갈이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제한된 정보밖에 없는 유권자들이 감정 투표를 하고 물갈이한다고 정치가 바뀌진 않는다. 선거 때마다 50% 넘게 선량들을 바꿔왔지만 정치가 발전하고 국회가 나아졌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대통령도 직선제로 다섯 번, 그것도 여야를 번갈아 바꿨지만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오는 청와대’가 돼 버렸다.
독선적-이분법적 정치문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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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보수, 개혁, 통합, 정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신뢰나 호응을 못 얻는 것도 양보와 자기희생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는 소리는 사방에서 들리는데 내가 먼저 포기하고 희생하겠다는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21세기가 16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20세기의 미몽에 젖어 있다. 고답적 지휘관은 있어도 민주적 리더십은 없다.
지난 시대엔 그래도 YS(김영삼)와 DJ(김대중) 같은 영웅적 리더라도 있었다. YS는 죽음을 무릅쓴 단식을 했고 DJ는 사형선고를 두 번이나 받았다. 지도자는 거저 탄생하지 않는다. 자기희생이 없는 지도자는 난국을 타개할 수도, 시대를 책임질 수도 없다. 민주 과잉의 시대일수록 지도자는 국민에게 감동을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를 위한 희생, 대의를 위해 오늘 죽는다면 먼 내일 분명 다시 살아날 것이다. 비전과 소통 능력, 열린 마음과 포용력을 갖고서 말이다. 4월 총선에서 이런 지도자를 만난다면 내년 대선이 그나마 덜 불안할 것 같다.
김형오 부산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