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상 수상 고선웅 예술감독
29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작품이 대상을 받고 내가 연출상까지 타게 돼 영광이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고아…’는 내가 읽은 여러 희곡 중 단번에 읽힌 작품이다. 큰 욕심을 가지고 준비하진 않았는데, 작업 기간 동안 늘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며 “함께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두 합이 잘 맞았던 게 좋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10여 년의 연출 인생 중 ‘조씨고아…’ 공연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공손저구 역을 맡았던 배우 임홍식 씨가 공연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숨졌기 때문. 그는 “사고가 일어난 순간에는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었을 정도”라며 “살아있는 자로서의 소명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다행히 너그럽고 순수한 동료 배우들이 뜻을 함께해 공연을 끝까지 이어가면서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 원나라 시대의 잡극을 접했을 때 연극의 원형과 마주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화려한 무대나 소품 등의 도움 없이 연극적 놀이를 추구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이번 작품도 연극의 원형인 놀이에 초점을 맞춰 풀어나갔습니다.”
작품은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대의를 위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귀한 자식을 잃은 ‘정영’이 훗날 아들을 죽인 ‘도안고’에 대한 복수에 성공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낀다. 고선웅은 “복수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복수에 성공한다고 반드시 후련하고 개운해지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며 “세계적으로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보복 살인 등의 범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조씨고아…’의 명대사는 무엇일까. 그는 “공손저구의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라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