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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好통]최장기 1위 ‘미움받을 용기’ 밀어낸 ‘진달래꽃’ 복간본의 힘

입력 | 2015-12-28 03:00:00


1925년 초판본의 세로쓰기와 활자, 맞춤법 등을 고스란히 옮겨 복간한 ‘진달래꽃’. 소와다리 제공

김윤종 기자

최근 김소월(1902∼1934)의 시집 ‘진달래꽃’ 복간본이 화제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8000부가 팔렸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이달 셋째 주부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일본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를 밀어냈다. 교보문고, 예스24 등에선 아직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주요 온라인서점 한 곳에서 1위를 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대형 서점에서 올 2월경부터 40여 주 1위를 차지하며 최장기 베스트셀러 신기록을 세운 ‘미움받을 용기’가 90년 전인 1925년 나온 시집에 밀린 건 무슨 사연일까.

이번 복간본은 여러 ‘진달래꽃’ 판본 중 정본으로 통하는 중앙서림 총판본(등록문화재 470호)을 내용과 표기는 물론 활자까지 그대로 복원했다. 김소월 사후 ‘진달래꽃’은 수많은 종류가 출간됐지만 그 과정에서 최초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복간본을 낸 출판사 ‘소와다리’는 “최근 과거 유명 작품을 옛 모습 그대로 소장하고 싶은 독자의 욕구를 읽고 진달래꽃 복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또 경성우편국 소포 봉투와 대한제국 시절 우표도 똑같이 복제한 후 복간본에 담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알라딘에서의 이벤트도 성공 비결의 하나다. 9800원짜리 책에 스토리를 담으려는 노력과 마케팅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올해 출판 담당 기자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최악의 불황”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실제 새 도서정가제가 지난해 11월 도입된 후 1년간 출판시장은 얼어붙었다. 올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6752원으로 2003년 이후 최저였다.

하지만 출판계가 환경만을 탓해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 작지만 독자의 마음을 자극하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진달래꽃 사례에서 보듯 불황을 뚫고 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 내년엔 출판계에서 “이런 아이디어로 책을 냈더니, 대박 났어!”라는 소식이 자주 들렸으면 좋겠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