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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피살 교민, 동거녀 앞에서 총알 6발 맞아

입력 | 2015-12-26 03:00:00

한국 경찰 첫 현지 파견 수사 성과
탄피-실탄 더 찾아내 구입처 파악… CCTV분석으로 용의차량도 확인
“금전문제로 청부살해 가능성”




22일(현지 시간) 필리핀 한국 교민 피살 사건 현장에서 한국 경찰 수사팀이 탄피 2개와 실탄 1개를 추가로 발견해 필리핀 경찰에게 전달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20일(현지 시간) 오전 1시 반경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의 한 건설현장. 건설업자인 교민 조모 씨(57)가 머무는 숙소 앞에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멈췄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 4명이 차에서 내렸다. 손에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과 소총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재빨리 숙소 내 침실로 들어가 조 씨와 현지인 동거녀의 입을 막고 끈으로 팔다리를 묶었다. 다른 방에 있던 가정부도 제압했다. 가정부 옆에는 생후 8개월 된 조 씨 아들이 있었다.

괴한들은 조 씨를 협박해 현금 1만 페소(약 25만 원)를 빼앗은 뒤 전기밥솥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차로 옮겼다. 이어 침실로 되돌아온 괴한 한 명은 동거녀에게 “고개를 돌리라”고 하더니 조 씨에게 총알 6발을 발사했다. 조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불과 1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최근 필리핀에서 발생한 교민 피살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조 씨는 올 들어 필리핀에서 발생한 11번째 한국인 피살자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한국 경찰 수사팀이 창설 이후 처음으로 21일 현지에 파견돼 공조수사를 벌인 끝에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 수사팀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김진수 경위(현장감식), 이상경 경사(범죄분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김희정 행정관(영상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 김동환 박사(총기분석) 등 4명으로 구성됐다. 김 박사는 사건 현장에서 총기 발사 위치와 잔류 화약 검사를 바탕으로 탄피 위치를 추정했다. 이를 통해 김 경위가 필리핀 경찰이 놓친 탄피 2개와 실탄 1개를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범인이 사용한 총기가 불법 사제 총기임을 확인하고 실탄 구입처까지 파악했다.

김 행정관은 화질이 좋지 않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차종과 도주 경로를 확인하고 차량번호를 파악 중이다. 이 경사는 목격자 진술과 증거물 분석을 통해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재구성했다. 4명은 일단 25일 귀국했지만 경찰은 필리핀 경찰의 요청이 오면 추가 수사팀 파견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이혼소송 중인 현지인 전 부인, 또 사업 파트너 등과 금전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어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필리핀에 전달했다”며 “이번 수사팀 파견으로 한국인을 노린 범죄자는 꼭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필리핀에 심어주겠다”고 밝혔다. 가파스 필리핀 바탕가스 지방경찰청 차장은 “한국 경찰이 제공한 정보를 잘 이용해 사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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