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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누리과정 예산 속수무책

입력 | 2015-12-25 03:00:00

교육부, 교육감 대법 제소땐 판결까지 최장 1년… 법정다툼땐 학부모-유아만 피해




누리과정과 청년수당 등 복지정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맞서고,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 지방교육청이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립하는 형국이다. 복지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누리과정 갈등, 법정 가면 ‘대란’ 현실화

교육부가 24일 교육감 대법원 제소와 예산 우회지원이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면서 누리과정을 둘러싼 대립은 절정에 달했다. 23일 교육감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편성 거부’ 입장을 고수하자 교육부가 하루 만에 “소송 불사”를 언급하며 반격에 나선 것.

교육부가 검토에 착수한 우회 지원 방안은 교육청에 지급될 예산에서 원천적으로 누리과정 비용을 제하는 방식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크게 중앙정부(교육부)가 매년 법에 따라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자체가 지급하는 법정 전입금으로 나뉜다. 대략 교육청 예산의 70%는 교부금, 30% 정도는 전입금으로 채워진다.

교육부는 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지자체가 교육청에 주는 법정 전입금에서 누리과정 비용을 미리 제하고 나머지만 주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홍준표 도지사가 수장인 경남도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해 경남도교육청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지자체가 교육청에 반드시 일정 금액을 전입금으로 교부하도록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1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야당이 지자체장을 맡고 있는 지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교육청에 주는 법정 전입금에 대해서는 법에 용도가 규정돼 있는데 교육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내년 예산이 총 8조13억 원인데, 이 중 2조5000억 원이 서울시 전입금”이라며 “누리과정 소요비용(6300억 원)을 제하고 주면 교육청은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살림살이가 파탄난다”고 말했다.

만약 소송전이 시작되면 학부모와 유아들의 피해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 선고를 내리기까지는 보통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공백기 동안 누리과정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국회가 이미 지원을 결정한 3000억 원 외에 추가 예산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협의 무시한 지자체 압박 나선 복지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 등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없었거나, 협의 결과 ‘불수용’ 결정이 내려진 사회보장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복지부는 서울시(서울시의회)와 성남시(성남시의회)에 대해 대법원 제소까지 거론하며 해당 사업들의 추진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복지부는 다음 주초 서울시와 성남시의 관할 광역지자체인 경기도에 해당 사업들에 대한 예산안을 재의결해 달라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지방자치법 172조에 따르면 서울시가 재의결 요청을 거부할 경우 복지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박 시장이 재의결 요청을 서울시의회에 전달했지만 재의결한 내용도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땐 복지부는 서울시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하게 된다. 성남시의 경우 기초지자체라 복지부는 경기도를 통해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성남시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복지부가 강한 압박에 나선 이유는 현행 사회보장사업 신설·협의 제도에서는 지자체가 복지부 결정을 어기고 사업을 추진해도 제지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와 성남시는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라 합의 없이 진행되는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지방교부세 삭감 조치를 취해도 큰 타격이 없다. 특히 두 지자체의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보장사업들은 모두 상징성이 크고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복지부는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도 협의가 없었거나, 불수용 결정이 내려진 사회보장사업 관련 예산을 의결했을 경우 재의결을 요청하고 안 받아들여지면 대법원 제소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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